페베/글


쟁이? "제가 당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당신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… 아무래도 제가 표현이 부족했나 봅니다.""아니면 아르페는 제 생각보다 더 욕심쟁이인 걸까요?" 욕심? 무어라 답하러 열린 입은 이어지는 뒷말에 다시금 다물렸다. 욕심이라, 입에 굴려본 적 없어 생소한 단어가 퍽 낯설다. 그도 그럴 것이 천국은 모두에게 모든 것이 평등하게 주어지는 곳 - 물론 태생부터 천사인 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다 - 이 아니던가. 무언가에 대한 욕망을 그득히 담아 탐하는 건 아마 불완전한 인간이나 악마가 할 법한 행동이라 생각했겠지. 굳이 찾으라 명한다면 아마 직위려나, 이마저도 제복을 건네받던 그 순간 저 멀리 어딘가로 던져버렸지만. "그렇게 들렸습니까? 가만 보면 프라우드는 숨기는 게 많..


그리고 판단의 기준 누군가를 향한 맹목적인 순종.분명 그녀는 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. 아르페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것은 감히 불확실성이라 하겠다.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제 모든 믿음을 걸 수 있냐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은 부정이었다. 관계는 두 마디 내로 정의내릴 수 있어야 하며, 마음 속 혼란은 저를 갉아먹을 뿐이고, 고요한 바다로는 만족하지 못해 늘 그 안의 깊은 심해를 탐했다. 발을 동동 구르며 언제 제 위로 차오를지 모를 수면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머리 끝까지 잠겨 움직이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. 목에 걸린 십자가는 천사로서의 명목적인 마지막 양심이요, 그에게 신이란 존재하지 않았다. 천사는 아등바등 제 자신을 포장하여 남들 앞에 자랑스레 세워보였다. 한 치의 흐..


천사의, 천사를 향한 BGM : Johannes - Reminiscence “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제가 위로를 건네는 입장이었던 것 같은데… 이젠 그 반대네요. 챙김 받는 입장이 되는 건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.” …언제부터였지, 타인의 선의를 이리도 부정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던 때가. 천사 아르페의 삶이란 막힘없이 펼쳐진 높고 고요한 하늘이라 할 수 있겠다. 아무런 장애물도, 위험도 없는 공간에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존재하므로 그저 날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. 머리 위 빛나는 고리는 선함의 상징이고, 새벽의 하늘을 담은 푸른 눈동자는 그에게 영원한 평화를 약속했다. 그래, 그는 ‘타고난 운명’마저 완벽한 자였으며 이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. 신성한 이름의 기원은 '알파(Alpha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