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GEHENNA] 욕심
쟁이?
"제가 당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당신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… 아무래도 제가 표현이 부족했나 봅니다."
"아니면 아르페는 제 생각보다 더 욕심쟁이인 걸까요?"
욕심?
무어라 답하러 열린 입은 이어지는 뒷말에 다시금 다물렸다. 욕심이라, 입에 굴려본 적 없어 생소한 단어가 퍽 낯설다. 그도 그럴 것이 천국은 모두에게 모든 것이 평등하게 주어지는 곳 - 물론 태생부터 천사인 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다 - 이 아니던가. 무언가에 대한 욕망을 그득히 담아 탐하는 건 아마 불완전한 인간이나 악마가 할 법한 행동이라 생각했겠지. 굳이 찾으라 명한다면 아마 직위려나, 이마저도 제복을 건네받던 그 순간 저 멀리 어딘가로 던져버렸지만.
"그렇게 들렸습니까? 가만 보면 프라우드는 숨기는 게 많아 보여서 말입니다.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지만… 그래도 그 말은 기쁘네요. 솔직해서 좋습니다."
말에 답하며 살풋 웃는다. 가벼운 태도로 시시콜콜한 대화를 떠들던 당신이 일이 아닌 이유로 제법 긴장한 듯 보일 때마다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. 아무렴, 겁먹은 모습을 부러 감추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다. 물론 순전히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마 몸에 밴 익숙함일 거다. 천사가 '되었을' 때부터 그 누구보다 이곳에 어울리던 자가 아니었는가.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당신의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꿋꿋한 경례는 정직하고도 참으로 안쓰러웠다. 감히 말하자면 나와 같아서.
뺨에 닿은 손가락이 그 위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. 다정한 손길에 얼굴을 내어주는 기분이 싫지 않다. 저는,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당신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. 그러니 남들에겐 하지 않는 그런 말과 행동도 한 거고요. 이 행동도 그의 연장선입니까? 제가 그리던 당신은 너무나 다정해서, 이전에는 겪어본 적 없는 상냥함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. 떠오르는 말을 흘려보내고 제 행동이 무언의 대답이 되길 바라며 말 없이 손바닥 위에 어리광을 피워본다.
저 위는 눈부시도록 밝아 희미하게나마 당신의 시선을 좇을 수 있었는데, 이곳의 빛이라고는 등 뒤에서 타오르는 화염뿐이라 눈에 보이는 건 검푸른 선글라스에 비치는 제 모습 하나다. 아, 그리고 장갑 낀 손 두 개. 검정색, 하얀색, 그리고- 그때 마주한 눈동자는 어떤 푸른색이었더라. 당신이 저를 보며 한 물음이 떠오른다.
욕심쟁이. 그래요, 어쩌면 이게 저의…
"욕심이라면,"
"지금 당신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, 려나요."
장갑에 체온이 전해질 일은 없을 텐데도, 닿은 부위가 괜히 화끈거리는 건 아마 불의 열기 때문일까.
품어본 적 없는 '욕심'에 천사는 솔직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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